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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1 08:43 1,635
올해 동의과학대(총장 김영도) 유도부에 입학한 재일교포 4세 선수가 증조부모가 태어난 대한민국 땅에서 유도 국가대표의 꿈을 키우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만 19세 박릉이.
이름만 보면 평범한 대한민국 남학생이다. 그러나 유도 선수 박릉이에게 대한민국은 특별한 곳이다. 그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4세이다. 재일교포 중에는 일본에서의 삶을 위해 국적을 바꾸기도 하지만 박릉이의 부모는 2006년 그가 태어났을 때부터 증조부가 나고 자란 대한민국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한국 국적을 유지했고, 한국식 이름도 쓰고 있다. 이 같은 부모의 고국 사랑 정신과 가정 교육 덕분에 박릉이는 다른 재일교포와 달리 우리말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박릉이는 “유도 종주국인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덕분에 뛰어난 유도 기술과 체계적인 훈련을 많이 습득했다”며 “유도를 잘해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종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려면 국가대표가 돼야 하는데 저의 1차 목표는 증조부모가 태어난 대한민국 땅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유도 선수로 명성을 떨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릉이가 유도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다. 그는 어릴 때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부모의 조언을 듣고 사촌 형을 따라 유도장에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어릴 때부터 달리기 등 운동에 소질이 남달랐던 박릉이는 유도에서도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중고교 시절 그는 자신의 주특기인 엎어치기와 굳히기 기술을 앞세워 한국보다 훨씬 선수층이 두꺼운 일본의 학생 유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를 눈여겨본 일본의 여러 유도 명문 대학은 입학을 제의했지만, 한국 국가대표라는 그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한국행을 택한 것이다. 박릉이는 “요즘 재일교포 3, 4세들은 일본에서의 생활을 위해 귀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귀화는 개인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이긴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그는 마침내 그토록 바랐던 동의과학대 유도부에 올해 입학하게 됐다. 박릉이는 같은 재일교포 출신의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안창림을 제일 좋아하고 그의 유도 기술도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그의 롤모델이 안창림인 셈이다. 박릉이에게 국가대표의 꿈은 아직 멀고 험난한 길이지만 매우 간절한 바람이기도 해 꼭 성취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늘 국가대표를 꿈꾸며 운동을 해왔고, 이제 한국 땅에서 자신의 꿈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으니, 한 단계 한 단계 목표를 이뤄나가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박릉이라는 이름만 써온 한국인이기에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올림픽에 나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는 나 자신의 모습을 매일 꿈꾸고 있다”며 “재일교포는 일본에선 한국 사람, 한국에선 일본 사람으로 불리며 차별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재일교포에 관한 인식도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동의과학대 옥경숙 유도부 감독은 “박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기술’이다. 굳히기는 어릴 때부터 제대로 익혀야 하는 기술적인 분야”라면서 “일본 선수들이 굳히기를 잘하는 것에 비해 한국 선수들에게는 취약한 유도 기술이다. 하지만 박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기초를 제대로 배워서 기본기가 다른 선수보다 탄탄하다”고 칭찬했다.
박릉이는 “한국 국적은 증조부모께서 생명을 걸고 지키신 것이다. 증조부모의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에서 유도 선수로 크게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회가 된다면 한국 군대, 그것도 해병대에 입대해 대한민국 남자로서 병역의무도 이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부산에서 주민등록 신청을 한 그는 일본과 달리 빠르고 정확한 관공서 공무원의 행정 처리와 친절에 놀라며 부산에서의 즐거운 대학 생활을 꿈꾸고 있다.
한편, 동의과학대 유도부는 1986년 ‘제4회 세계여자유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한 옥경숙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